믹싱을 하면서 EQ를 집어 들게 되면 복잡한 화면을 마주하게 되면 '간단하면서 UI는 깔끔하고 기능성도 좋으면서 소리도 이쁘게 나오는 뭐 그런 거 없나?' 하는 도둑놈 심보가 들기 마련이다. 왜 아니겠는가, 이 트랙 정리하고 나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처리해야 할 트랙이 산더미 같이 쌓여있을 텐데. 그런데 그런 게 실제로 있더라.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Pulsar 8200을 리뷰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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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이 플러그인은 아날로그 장비를 복각한 플러그인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수십년 간 표준 EQ로 평가받았던 GML사의 8200 모델을 복각하였는데, 기존 8200은 LR 스테레오 신호를 받아 각 신호별로 5개의 구간으로 제어, 총 10줄의 노브를 통해 사운드를 제어하였다. 하지만 그렇게만 복각했다면 이 친구는 현대에서는 그저 선대 전설의 장비를 따라 했다,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긴 어려웠을 것이다. 이 플러그인은 현대에 발맞추어 엄청난 편의성과 강력한 기능을 추가로 탑재하여 다시 돌아왔다. 기능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해 보자.
기본적인 조작부이다. 기존의 기능을 설명해 보자면 양쪽의 빨강-노랑-초록-하양-파랑 순의 노브 3줄이 가장 눈에 띈다.
위의 줄부터 해당 음역대의 게인(GAIN), Q(WIDTH), 대역(FREQ)을 설정할 수 있으며 특히 양쪽 맨 끝의 빨강(LF), 파랑(HF) 노브는 Q값을 끝까지 낮출 경우 Peak형태가 아닌 Shelf 형태로 조절 가능한 점이 특징.
그리고 중앙부 상단을 보면 PWR버튼과 LR버튼이 있다. PWR버튼은 짐작했듯이 전체 바이패스 기능이며, LR버튼은 각각의 채널을 바이패스한다. 여기까지가 기존의 8200 모델의 기능이다.
아까 전 소개한 노브들 아래에 크기가 작은 5개의 노브가 보이는가? 각각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하이패스(HP), 서브(SUB), 틸트(TILT), 에어(AIR), 로우패스(LP) 기능이다. 하이패스와 로우패스는 말 그대로이기에 크게 특별할 게 없지만, 서브-틸트-에어는 눈 여겨볼 만한 노브들이다.
서브노브는 서브를 담당하는 초저음역을 끌어올리고, 에어는 에어리 함을 담당하는 초고음역을 끌어올린다.
지금 특별한 것도 없는데 말장난하는 거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이한 점이 있다.
바로 서브와 에어가 과도하게 올라갔을 경우, 마치 풀텍 EQ의 ATTEN 같이 부스트 되는 경계선의 반대편이 깎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비록 제어되는 정도는 조절할 수 없을지언정 풀텍 EQ의 맛을 어느 정도 살려주는 역할을 한다. 뮤지컬 EQ의 대명사와도 같은 풀텍 EQ의 기능을 사용해 볼 수 있다는 건 큰 메리트가 있다.
그리고 틸트 노브 또한 재밌는 역할을 하는데, 알 사람들은 알겠지만 전체적으로 주파수 영향을 기울어진 직선 형태로 제어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정말 간단하게 개방감을 줄 수도, 묵직한 맛을 살릴 수도 있다. 노브 하나로 전체 주파수 대역을 제어하는 거, 의외로 정말 편하다. 물론 기준점이 되는 주파수를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은 살짝 아쉽지만, 전반적으로 사용을 하면서 크게 불만을 가지진 않았다. 많은 인기 플러그인들을 만들어온 PULSAR의 노련함일까, 적절한 위치에 잘 배치했다는 인상이었다.
다음으론 양쪽 채널의 게인을 조절할 수 있는 GAIN노브와 또 다른 강력한 기능, AUTO GAIN 버튼이 있다.
이큐잉 이후에 소리가 좋아졌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저 음량이 커졌기 때문에 좋았더라-같은 경우가 있었을 것이다. 오토 게인은 이큐잉 전과 후 볼륨을 동일하게 조절해 준다. 그렇기에 믹싱 하는 데 있어서 판단을 내리는 것이 훨씬 편해졌다. 다이나믹 계열 플러그인에서는 종종 보이지만 EQ에서는 없거나 UI적으로 잘 안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는 줄도 몰랐다는 경우가 많은데, EQ도 결국 볼륨에 관여하는 플러그인만큼 최종 음량이 굉장히 중요하다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렇게 눈에 띄는 곳에 있는 것?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가장 놀랐던 기능, 바로 DE-ESSER이다. 선택한 대역의 튀는 주파수, 즉 레조넌스를 제어하는 기능인데 이는 EQ에 내장은 고사하고 애초에 별개의 플러그인으로 판매가 되는 기능이다. DE-ESSER 글씨 왼쪽의 전원 버튼으로 기능을 사용할지 여부를 결정하고, 왼쪽의 노브로는 적용될 주파수 대역, 오른쪽의 AMOUNT 노브로는 얼마나 강하게 레조넌스를 제어할 것 인지, 중간의 스위치로는 밴드패스/하이패스 대역 중에서 제어될 영역의 선택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그리고 특히 AMOUNT 노브 오른쪽 위 삼각형이 있는데, 이는 델타(Delta)라 하여 보통 해당 플러그인이 어떻게 소리를 변화시켰는지 들려주는 기능이다. 이 삼각형을 클릭해 델타모드로 진입하여 DE-ESSER가 제어한 레조넌스를 직접 들어볼 수 있다.
시중에 나와있는 여타 디에서 플러그인들을 Pulsar 8200의 DE-ESSER가 완벽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EQ를 제어하면서 동시에 디에서 기능까지 적용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보컬 믹싱을 할 때 너무나 반갑게 느껴지지 않을까, 항상 말하지만 플러그인 한 개 안에서 전부 제어된다는 강점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는 점. 워크플로우의 깔끔함이 절대 다르다.
마지막으로 설명할 기능은 다른 EQ를 쓰다 보면 있을법한 기능이 왜 없을까? 하는 부분일 것이다.
그렇다, 바로 MID/SIDE 모드 제어이다. 기존 하드웨어에선 L/R 채널만 제어 가능했었던 점에 비해 이 MID/SIDE 모드를 켜면 이전까지 L과 R로 구분되던 모든 기능들이 MID와 SIDE로 구분되어서 동작한다.
요즘에는 스테레오의 두 채널을 따로 조절하는 것보단 MID-SIDE 이큐잉을 자주 쓰다 보니 없었으면 굉장히 아쉬웠을 것 같은데, 역시나 이런 소비자의 니즈도 빼놓지 않고 챙기는 디테일이 아주 좋았다.
오른쪽의 MS(LR) LINK 기능은 한쪽 채널의 EQ 노브를 제어했을 때 다른 쪽 채널의 EQ 노브도 같이 제어되도록 하는 기능이다. 위 사진을 잘 보면 SIDE에서만 로우컷과 에어 부스트를 적용한 상태에서, MS LINK를 활성화해 MF 노브로 제어한 만큼을 MID와 SIDE 모두에 적용을 시킬 수 있다. 즉 이 모드를 켠다고 자신이 각 채널에 따로 설정한 EQ 설정이 날아가는 것이 아니고, 원할 때에만 따로 움직이던 양쪽 채널의 노브를 한 번에 제어해 주는 기능이다.
마지막으로 GAIN SCALE을 통해 자신이 조절한 EQ의 강도를 한 번에 조정할 수 있다. 마치 여느 플러그인의 Mix값과 비슷한 느낌으로 사용하면 되는데, EQ는 제어하였을 때 위상이 틀어지므로 Dry신호와 Wet신호를 섞었을 때 소리가 이상하게 틀어지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래서 일정 수준 이상의 EQ에서는 Mix대신 이 Pulsar 8200처럼 GAIN SCALE을 제공해 주는 경우가 많은데, 역시 이 플러그인도 그 점을 인지하고 넣어놓았다.
다만 로우컷/하이컷의 경우에는 해당 기능으로 조절되지 않으므로 잘 생각해서 써야 하는 점이 있고,
아쉬웠던 점으로는 L/R(MID/SIDE) 채널 각각의 GAIN SCALE을 지정해 줄 수 없다는 점이 있었다.
이쯤 되면 조작부의 기능은 전부 설명한 것 같은데, EQ의 기능 외적으로 아직 더 소개할 부분이 있다.
아까 기능을 설명하면서 눈치챘을지도 모르지만 이 플러그인은 아날로그 한 조작부인 하단 랙만 보는 것도 가능하고, 그래프를 확인 및 제어가능하고 인풋/아웃풋 볼륨을 확인할 수 있는 상단 랙만 보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 나는 거의 모든 상황에서 둘 다 보면서 사용할 것 같은데, 공간의 절약이나 눈이 아닌 귀로만 판단하려는 등의 이유로 한쪽을 비활성화시키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기에 나름 괜찮은 기능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오버샘플링도 지원하며, 또 놀라웠던 것 중 하나가 바로 GAIN/WIDTH/FREQ를 연속적인 값으로 조절하는 게 아닌 기존 아날로그처럼 툭툭 끊기는 느낌으로 제어 가능하도록 변경하는 Stepped Gains/Widths/Freqs 모드도 있다.
복각 플러그인임에도 현대의 니즈를 많이 충족시킨 플러그인임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근본은 잃어버리지 않은 느낌이라 굉장히 신선했다. 특히, 이 부분은 기존 디지털 EQ를 사용하던 입장에선 불편할 수 있는 기능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비활성화되어 있고 쓸 사람들만 알아서 활성화시킬 수 있는 옵션으로 제공이 된 점이 또한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상으로 Pulsar 8200의 기능들을 알아보았다. 휴! 꽤나 긴 여정이었다. 마지막으로 1주일간 직접 사용을 해보고 느낀 점을 얘기하면서 이 플러그인의 리뷰를 마쳐보려고 한다.
먼저 이게 복각 플러그인?이라고 느낄 정도로 기능이 많았다. 오토 게인, 디에서, 미드-사이드 모드, 게인 스케일 등등...
말만 복각이라고 선전해 놓고 기존 아날로그의 불편한 점 마저 고수하여 사용성을 저해하는 플러그인들이 종종 보이는데, Pulsar 8200은 오히려 너무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여 근-본을 따지는 유저 입장에선 이게 무슨 GML 8200이야!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용자의 입장에선 기존의 8200 모델의 기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부가기능들이 여러 개 추가된 점이 오히려 현대의 최신 EQ들보다도 이 EQ를 고를 메리트를 제시해 줬다고 생각이 된다.
그리고 깔끔하고 기능성을 잘 고려한 디자인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아날로그 장비와 같은 디자인을 계승하고, 기존 GML 8200의 노브나 버튼 위치를 고수함과 동시에 조작부의 위치, 크기, 사용 흐름등이 딱히 모난 곳 없이 추가 기능들 까지 잘 버무려 업그레이드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말 정말 아쉬운 점을 굳이 꼽자면 아까 언급을 한 두 가지, 틸트의 주파수 대역을 조절할 수 없다는 점과 게인 스케일을 각 채널별로 조절할 수 없다는 점이 사실은 아쉽긴 하다.
아날로그의 복각에 충실한 플러그인이었다면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겠지만, 아무래도 이 정도까지 기능이 추가되었다면 정말 조금만 더 디테일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다.
전체적인 총평으로는 미세하게 깎아내고 조절하는 서지컬 EQ의 느낌보단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뮤지컬 EQ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아주 치밀하게 모든 부분을 제어할 수는 없지만, 예쁜 소리를 만들어내는 데 이만한 플러그인이 존재할까? 싶은 느낌을 아주 많이 받았다.
기존에 사용하던 FabFilter Pro-Q 3나 bx digital V3와는 확연히 다른 성격의 EQ임을 알 수 있었다. 제시한 두 EQ는 굉장히 차갑고 정교하게 자르고 깎아내는 메스와 같다면 Pulsar 8200은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드는 조각칼과 같다고 할까? 어쨌든 두 가지 모두 칼이지만, 용도와 성격이 다르다. EQ의 또 다른 모습을 엿본 것 같아 귀중한 경험이었고, 앞으로도 정말 자주 사용할 것 같은 느낌의 플러그인이 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또한 원가 149$이 부담스러웠다면 Plugin Boutique에서 60$ 할인하여 89$로 판매하고 있는 지금 구매하기 좋은 타이밍이라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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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포스팅은 Plugin Boutique의 플러그인 제품만을 지원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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