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하면서 인터넷의 접근성이 좋아지고, 돌아다니는 정보량이 매우 많아졌다.
우리는 특정 사이트의 특정 인물만이 올렸던 강좌 PDF로 겨우 공부하던 시대를 지나
온갖 사람이 올리는 강좌 영상을 보기도 하고, 자유롭게 서로 대화를 나누는 시대를 지내고 있다.
그렇게 모두가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질과 양이 동시에 올라간 지금,
음악을 멋지게, 때깔이 좋게 만드는 사람들은 너무나 많아졌다.
이전에는 이렇게 때깔 좋게 만드는 사람조차 적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차별점이었지만
그런 강좌영상을 보고 따라서 때깔만 좋게 만들어봤자 청자들에겐 그냥 지나가는 노래 1인 것이다.
여기서 자칫 나는 내 음악이 다른 음악과 비교해서 꿀릴 게 없는데, 왜 내 노래만 관심을 안가지지?
그런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나도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많이 가졌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너무나 당연하다.
튜토리얼에 올라오는 영상들은 공짜로 올라오는 게 아니라 조회수를 많이 뽑힐걸 생각한 영상들이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시청해서 따라한 영상인 것이다.
튜토리얼만 가지고 음악을 만들면 비슷한 수 많은 음악들 속의 한 곡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퀄리티가 미달이라면 그 누구도 듣지 않을 것이고, 그런 면에서 좋은 튜토리얼로 기본적인 프로듀싱 실력을 올리는 게 결코 나쁘다는 말이 아니다.
다만, 그게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곡을 멋지게 만들 수 있다면, 이제는 듣고 싶게 만드는 음악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곡 자체로는 들을 이유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음악 중에서 사람들이 많이 들어주는 곡들의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리듬게임에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리듬게임에 수록되는 것 자체도 어렵다는 건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이 든다.
일단 리듬게임의 경우 엄청 큰 대기업 규모가 아닌 중소기업 정도의 회사들이 운영하는 게임들도 있다.
그런 게임의 경우 수지타산이 맞아야 하기에, 자신이 실력이 어느정도만 있다면 일단 오리지널 풀을 넓히기 위해 어느정도 싼 값으로 곡을 구매하고 싶어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렇게 리듬게임에 곡이 수록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노출이 되지만, 노출보다 더 큰 메리트가 생긴다.
곡에 추억이 생기게 된다.
자신이 리듬게이머라면 특정 곡을 플레이 했던 기억들이 있지 않은가?
특히나 패턴 등이 특이했다면 패턴에 덩달아 곡이 기억이 남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곡이 누군가에겐 추억의 일부분이 되어서, 더 나아가서 해당 게임의 게이머 전반에게 추억이 될 수 있다면 그 사실 만으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듣게되는 이유가 될 것이다.
비슷한 노래여도 곡에 관한 기억이 있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 들을 이유가 생기는 것이다.
이렇게 리듬게임, 또는 다른 매체에 자신의 음악이 들어가게 된다는 것 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본인의 앨범을 생산하게 된다면 또 다른 이야기가 된다.
개인 앨범은 오로지 자신의 능력 만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이때까지 다른 매체로 쌓아왔던 자신의 네임밸류,
수록곡의 퀄리티, 수록곡의 매력 포인트 등등.
물론 앨범 자체는 앞서 말한 타 매체에 수록된 곡을 포함시킴으로써 알릴 순 있지만,
앨범에는 노래 하나만 수록되는 것이 아니기에 다른 곡들도 충분히 들을만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이 점에 있어서 들을만한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자타공인 최고의 매력포인트는 역시 독창성이겠다.
A라는 작곡가의 곡이 너무 좋아서 A의 음악을 들으며 A의 음악 스타일을 베껴서 만들었다고 하자.
자신이 정말로 잘 따라했다면 그만큼의 퀄리티는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곡을 써낼 수 있을까? 따라하기 급급해서 겨우 만들어봤자 결국 그 사람을 뛰어넘을 순 없다.
그러면 청자들은? A의 음악을 듣지 굳이 자신의 음악을 들을까? 흠......
결국 세상은 냉정하다. 그 누구도 자신의 시간을 남을 위해 헛되이 쓰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언제나 최고를 원한다.
그럼 최고에는 무엇이 있을까?
한 분야의 작곡가 백 명, 천 명 중에서 최고가 있을 수 있고, 나 자신만의 음악 한 명 중에 최고가 있을 수 있다.
동료 작곡가들에게 물어보면 전자의 넘버원과 후자의 온리원을 비교했을 때 결국 온리원이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넘버원은 결국 바운더리를 벗어나게 되면 처음부터 시작이고, 나보다 더 잘하는 누군가가 나오게 된다면 결국 뒤쳐지게 되는 것이다. 애초에 음악에서 넘버원이라는 우열을 가린다는 것 부터 어폐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온리원이라는 건? 나 자신의 길만을 걷고, 남과 비교를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만을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음악을 듣고 싶게 만드는 합당한 이유를 차고 넘치게 대줄 수 있는 것이다.
온리 원은 하나의 요소로 특정지을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자신만의 특징적인 사운드, 코드 진행, 구성, 분위기 전부 어우러져서 기존 장르음악에서 점점 멀어졌을 때 비로소 자신의 음악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특정 장르를 좋아해서 곡을 만들 수 있고, 오히려 장르의 작법을 따라가는 것이 기존 리스너에게 안정적인 맛을 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해당 장르가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수단이 되어야지, 장르에 매몰된다면 주객 전도라는 말이다.
이렇게 장황하게 글을 쓰기도 했고, 이전에도 똑같은 주제로 글을 썼지만, 한번 더 쓴 이유는 요새 내 음악의 특장점, 내 음악에서만 찾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라는 걸 찾고 있는 중이라 한번 더 써보고 싶었다.
M3가 끝나고 그 다음날, 동료 작곡가분들을 포함한 일행끼리 사이제리아에 가서 여러 얘기를 나누던 중 나온 주제였었다.
모두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사운드가 신나고 해방감을 주는 동시에 모티브, 멜로디는 가슴을 울리는 음악을 하고 싶었다고 이전에도 말했지만, 결국 그건 시작일 뿐이라고 최근에 느꼈다.
그건 멋진 음악일 뿐, 듣고 싶게 만드는 음악을 만드려면 무엇을 첨가해야 할까? 나만이 선사할 수 있는 매력점은 어떤 것일까?
내가 진정으로 듣고싶어하는 음악을 만들면서 끊임없이 담금질을 반복하면 나아질까.
아주 조금은 자만을 해도 되지 않을까. 타인의 음악을 존중하는 건 당연하지만 존중을 넘어서 이 음악을 뛰어넘을 수 없다, 내 음악을 저 음악 옆에 가져다놓고 싶다는 생각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이제 내 갈 길을 생각하며 무작정 무한한 존경으로 바라보는 건 멈추고 냉정하게 배울 점만 배우고, 다른 음악을 참고하는 것을 벗어나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내 방식대로 표현하도록 노력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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