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W로 미디 작곡을 하는 이라면 들어봤을수도, 아닐수도 있는 믹싱/마스터링.
뭐야, 작곡을 하면 끝 아니었어? 뭘 더 해야하는거야 - 기본적으로는 그렇다. "작곡가"라면 말이지.
하지만 이제 미디 작곡을 개인이 기획부터 릴리즈 하는 입장에서 더더욱 개인의 역량이 중요해졌고, 이는 믹싱/마스터링 지식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내 얘기로 시작해보자면 믹싱/마스터링, 특히 마스터링은 리듬게임에 데뷔하기 직전에 처음 들어봤다.
첫 공모전에 당선되고 야호! 이제 음원 보내주면 되겠구나~하면서 날아온 이메일을 봤는데 프리 마스터(2mix)/셀프 마스터 음원을 주세요. 엥? 이게 뭐지? 마스터? 투 믹스는 또 뭐고?
그제서야 마스터링이라는 단계가 있다는 걸 알고 유튜브에서 부랴부랴 찾아본 뒤에 겨우겨우 마스터링 해서 냈던 기억이 있다. 당연히 기각(확실한 근거는 없으나 규격에 맞춘다고 믹싱도 제대로 안된 음원을 끌어올리느라 다 깨져있었으니...)되었고, 그 뒤로 여러번 시도해봤으나 이게 도대체 뭐하는건가...싶은 느낌도 들었다.
사실 앞서 얘기한 내 얘기에도 알 수 있듯이, 내 이름을 알리는데에 있어 믹싱과 마스터링같은 후처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건 아니다. 마무리 짓는 퀄리티 이외의 매력적인 포인트로 가능성을 보고 공모전 등에서 당선시켜주는 경우도 있을테니.
하지만, 딱 들었을 때 미완성이지만 그래도 매력적인 음원과 완성형이면서 매력적인 음원. 후자가 더 낫지 않겠는가?
그렇게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치고, 첫 납품 이후 2년의 시간이 지나 나 스스로 온전히 작업을 마친 후에 외주처에서 컨펌이 떨어질 실력이 되고나서 아, 이런거구나! 하고 드디어 감이 잡히기 시작해서 한번 작성해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결국 믹싱과 마스터링. 왜 해야할까?
믹싱은 여러 트랙의 밸런스, 다이나믹, 톤 밸런스를 적절히 맞추어 하나의 마스터 트랙으로 만드는 것,
마스터링은 최종 결과물을 사용자의 청취기기에서 듣기 좋도록 마무리하는 것이다.
결국 기존의 음원을 "더 듣기 좋게 만드는 것"이 목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자신의 청취 환경이다.
엥? 님 요즘 리뷰글 쓰던데 이제 하드웨어까지 팔아먹으려고 이런 말 쓰는 거 아님? 라고 할 지 모르겠는데...
좋은 청취 환경 만큼 중요한 건 없다. 아무리 프로 엔지니어라 할 지라도 이미 다이소 이어폰 같은 걸 거치면서 어그러진 음원을 듣는다면 이게 음원의 잘못인지 청취기기의 잘못인지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좋은 청취 환경이란, 믹싱/마스터링에서의 변수를 줄여주는, 오히려 믹마 실력이 모자를수록 더욱 중요한 기본 아이템인것이다. 온갖 프리마스터 음원 다 들은 슈퍼 마스터링 엔지니어라면 조금 구린 헤드폰으로도 충분히 멋진 결과물을 뽑아낼 테지만, 우리는 아니지 않은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그렇다고 음향장비에 시작부터 수천을 투자하라는 건 아니고.
필자는 오인페 없이 DAC 하나랑 하이파이맨 순다라를 사용중이다. 프로 바닥이 아닌 동인 음악판에서 이정도면 셀프로 작업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고 느낀다. 심지어 나보다 훨씬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은 더 하위 헤드폰으로도 너무나 멋진 작업물을 뽑아내신다. 내가 말하는 최소한의 청취 환경은 다이소 이어폰, 톤 밸런스가 어그러진 음감용 헤드폰이 아닌 어느정도 응답이 평탄한 작업용 헤드폰을 말하는 바이다. 해상도가 좋다면 Better.
다음에는 편곡이 끝난 트랙의 퀄리티가 보장되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이미 작/편곡 단계에서 구린 곡을 믹스/마스터 한다고 달라지는가?
작곡>편곡>믹싱>마스터링이라는 단계가 나뉘어져 있는 건 해당 단계에서만 가능한 부분들이 있기에 나뉘어져 있는것이다. 멜로디가 구리면 편곡을 기깔나게 해도 안되고, 트랙의 구성요소에 허점이 많으면 믹싱을 미친듯이 해도 곡이 허술하단 인상을 지울 수 없으며, 믹싱에서 떡져버리면 마스터링의 잠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낮아진다.
그러니까 내 곡이 구린 거 같으면 무엇이 문제인지 다시 한번 잘 살펴보자. 작/편곡이 모자른 상황에서 괜히 믹마에 책임을 돌리는 건 아닌가? 물론 요즘 편곡을 잘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긴 하지만, 정확한 문제점을 파악하는 능력은 믹마에서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에 잘 판단해야 한다. 믹스 기껏 열심히 해놓고 뒤늦게 문제 원인을 파악해서 편곡으로 돌아가고, 요소가 추가되어서 관련된 부분의 믹싱이 말짱 도루묵이 되는 꼴을 보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그러고 나서 중요한 것은 자신의 판단근거이다.
이건 또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바로 플러그인을 걸 때 그 이유를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컴프레서를 걸었다면 "이 부분에선 이 트랙이 작게 들려서 밸런스 맞추려고 올렸더니 다른 구간에서 너무 크게 들려요"
EQ를 걸었다면 "이 대역은 다른 트랙때문에 어차피 묻히는데 걷어내려고요/묻혀서 좀 더 부각시켜주고 싶어서요"
이러한 판단 근거를 제대로 댈 수 있으려면 자신이 원하는 곡은 어떤 모양인가, 더 나아가 어디를 덧대고 어디를 깎아야 맞는 모양인가를 그려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자신이 퍼질러놓은 트랙이 얼마나 개판인지 재단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겠지. 쭉 돌려 듣다보면 아 이 부분 왜 이렇지...아쉬운데 하는 부분을 명확하게 캐치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도 아직 실력자라곤 말 못하지만 완전 초보자 입장, 그러니까 믹마를 안 지 얼마 안된 사람들 같은 경우에는 어? 문제가 있나? 싶을 것이다. 착각하면 안된다. 자신이 만든 곡이 한번에 완벽할거란 환상을 깨야한다. 돌려듣고 돌려듣다보면 어?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근데 그래도 그래도 전 잘 모르겠는데용?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좋은 곡을 많이 들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미 좋은 곡들은 작/편곡,믹마가 다 완벽에 가까운 상태일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들과 내 노래를 비교해가며 무엇이 부족한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는 "듣는 귀를 키운다"는 이 과정을 말한다. 물론 상업적으로 릴리즈 된 노래중에서도 결국 릴리즈 한 작곡가도 사람인지라 모든 과정이 완벽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런 곡에서 들리는 허점을 찾아내면서 어? 이거 잘못된 거 같은데? 아쉬운데? 캐치를 하는것도 듣는 귀를 키우는 좋은 영양분이 된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조건이 충족되고나면 필요한 것은 집요함, 끈기라고 생각한다.
아...이 부분은 좀 아쉬운데, 몰?루 그냥 일단 내버리자! ← 실력 안 늘기 딱 좋은 마인드이다.
물론 완전 생 초보자라면 당연히 한번에 완벽할 수 없으니, 꾸준히 완곡을 해내어 작업을 마무리하는 버릇을 들여놓는것이 좋다는 것에는 동의를 한다. 그렇게 부족한 점을 안고 만든 곡을 반성하면서 점점 퀄리티를 높여나가고 실력을 늘이는게 맞지. 그렇지만 곡을 마무리 짓는데 익숙해진 단계에 왔다면 한 곡에 있어서 퀄리티 업을 우선시 해야하지, 귀찮다라는 이유만으로 곡을 마감 지어버리면 안된다는 것이다. 애초에 어떻게 할 지 몰라서 안하는 건 죄가 아니지만, 문제점을 발견하고도 유기하는 건 창작물에 대한 애정이 없는 것 아닌가...적어도 마감에 쫓기는 상황이 아니라면 자기가 만드는 결과물에 책임을 지고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는 게 창작자의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한다.
작곡은 언제나 집요하게. 끝까지 매달려봐야 더 좋은 창작물과 만날 가능성이 생긴다고 나는 믿고, 경험해왔다.
결국 나도 완벽하게 아는 건 아니지만 직접 해보다보니 믹마는 달리 이론으로 습득하는 것 보다 경험으로 체득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어느정도 깎고 어느정도 덧대야 더 좋아지는지는 결국 자신이 널브러놓은 트랙에 따라서 결정되는건데, 이걸 교과서처럼 딱딱 몇dB에 맞추고요, 이 악기는 몇 Hz를 강조하고요~는 어불성설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문제 상황이 어떤지 분석해서, 이를 해결하는 플러그인은 무엇인가를 자신이 또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Q는 어떤 플러그인이고요~컴프레서는 어떤 플러그인이고요~이런 지식들이 처음에는 어따 써먹지? 싶을 것이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학습해서 아 이 트랙 이 부분 이렇게 쪼물딱 거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아 그러고보니!!!
이런식의 경험에 의한 체득을 하면 그것이야말로 최고의 학습법이라고 생각한다.
별개의 얘기로 믹싱에 있어서 가장 큰 진입장벽은 역시 컴프레서가 아닐까...생각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로 걸어보면 뭐가 달라지긴 하는건가? 싶기도 하고.
그래서 나는 이런 다이나믹 플러그인들은 효과가 가장 큰 것들부터 차근차근 써보면 그 용도를 알아가기에 더 좋다고 생각이 든다. 다이나믹 계열은 다이나믹 레인지에 영향을 주고, 가장 흔히 사용하는 컴프레서의 용도를 생각해보면 정해놓은 볼륨 이상을 정해놓은 비율로 줄인다 - 가 굉장히 러프한 정의가 될 것이다. 그럼 가장 효과가 큰 게 뭘까?
바로 클리퍼이다.
엥? 얜 디스토션 계열 아닌가요? 사실 디스토션도 다이나믹의 일종이다. 용도와 효과의 차이일 뿐.
아무튼 클리퍼는 무엇인가? 정해놓은 볼륨 이상을 무한:1의 비율로 아예 파형을 깎아버리는 놈이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볼륨 이상으로 트랙이 튀지도 않고 아~주 깔끔하게 다이나믹이 정리되었지 않은가? 실제로 나도 트랙에 종종 클리퍼를 걸어서 정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게 만능이라면 다른 다이나믹 계열 플러그인들이 있지도 않았다.
클리퍼는 음의 왜곡을 일으킨다(으악!). 내가 원하는 음색이랑 아주아주 많이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면 어떡해요? 다른 대안이 있다.
바로 리미터이다. 이 친구는 파형을 깎는게 아니라 파형의 진폭을 줄여 정해놓은 볼륨 이상을 무한:1의 비율로 깔끔하게 정리한다. 와~클리퍼의 상위호환 아닌가요? 좋네요? 근데 님 말 듣고 써보니 너무 눌려서 소리가...어색해요...
바로 그럴 때 "정해놓은 볼륨 이상을 정해놓은 비율로 줄이는" 컴프레서를 사용하는 것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면 어택, 릴리즈, 니, 컴프레서가 발생시키는 배음 등을 고려하여 적절한 컴프레서를 또 선택하겠지만, 일단은 컴프레서의 용도는 여기에서 시작한다. 나는 실제로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트랙별로 다이나믹을 제어할 때 컴프레서를 꺼내기 시작하게 되었다.
사용법이 간단하고 효과가 확실한 플러그인류는 대부분 그 한계점이 명확하다. 그렇기에 설정할 것이 적고 효과가 확실한 클리퍼부터 시작해 한계를 체감하고, 더 적절한 효과를 위해 설정할 것이 많고 효과가 미묘한 컴프레서까지 단계를 차차 올리면 내가 원하는 소리를 만들 때 까지 좋은 사다리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마스터링은? 생각보다 별 것 없었다. 나 같은 경우엔 클리퍼로 너무 튀는 거 잡고, EQ로 아쉬운 부분들 살짝씩만 건드려 준 다음, 컴프레서로 구간 별 다이나믹을 1차로 잡아주고, 리미터를 1개~2개정도 사용해 음압을 끌어올려주었다.
결국 믹싱 단계에서 교통정리를 빡세게 하면 그 뒤에 마스터링에서는 크게 할 게 없다고 생각이 되었다.
옛날 2mix 트랙을 마스터링 할 땐 살려야 한다는 마인드로 빡세게 작업해도 -7LUFS를 넘기면 와장창 깨지고 난리가 났는데, 요즘 2mix 트랙을 작업할 땐 앞선 과정들 살짝 걸쳐주고 리미터로 딸깍 해주면 -4LUFS도 쉽게 뽑히는 걸 보는데 그런 생각이 안 들수가 없지...
아무튼, 이상이 내가 생각한 믹싱/마스터링이었다.
결국 더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과 공부를 하다보면 체득이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요즘엔 믹마 퀄리티보단 독창성이 중요하기도 하고, 혼자서만 작업을 하는게 아닌 믹마 엔지니어와 협업하는것도 한가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정 내가 하고싶으면 엔지니어한테 기프티콘 쥐어주면서 가르쳐 달라고 매달리면 되는 부분이고.
방법은 많다. 어떻게 갈 것인지는 여러분이 정하는 것이다. 위의 글은 단순히 작업을 하면서 느낀 점을 주절주절 적어봤을 뿐이다. 여러분도 여러분들만의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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