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CD는 굉장히 구식이다.
요새는 디지털 스트리밍도 192kHz 샘플링레이트를 지원하는 마당에
CD는 여전히 44.1kHz / 16bit라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공간 차지도 굉장히 많이 하는 편이다. 당장에 요새 국룰 1테라 SSD안에 CD 1500장 분량을 넣고도 남는다.
심지어 CD는 생산도 소비도 굉장히 불편하다.
생산자는 업체를 통해 대량 생산을 해야하고, 소비자는 별도의 ODD 입력장치가 필요하다.
애초에 디지털 스트리밍이라는 최고로 간단하고 좋은 시스템이 있다.
생산 및 구매를 건너뛰고 그냥 방구석에서 서비스 정기 구독하고 딸깍하면
원하는 노래들을 고음질로 들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세계 최대의 동인 음악 즉매회인 M3를 가보면 열에 아홉, 아니 백에 구십구는 CD를 판매하고 있다.
왜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2024년 현재 동인 음악판은 CD가 아직은 대세인걸까?
내가 느끼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보자면
일단 역시 실물이 주는 감동이 제일 큰 것 같다.
내 손으로 만지고 볼 수 있는 나의 것이라는 그런 만족감은 분명히 존재한다.
브로마이드 같은것도 인터넷 그림으로 보기만 해도 만족되는데 브로마이드/족자봉에 대한 수요가 분명히 있듯이.
그런 실제감이라는 측면에서 공간의 비효율이 있더라도 USB나 SD카드 같은 작은 매체보다 큼지막하게 시야에 들어오는 CD가 감동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리고 솔직히 공간이 크다는 건 CD의 공간만큼은 자켓 이미지가 보인다는 것 아니겠는가.
오타쿠라면 이쁜 그림 못참지...
그리고 디지털은 불안정하다.
내가 정말 듣고 싶은 노래가 어른의 사정으로 디지털 플랫폼에는 릴리즈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또 다른 뒷사정으로 이미 올라가서 잘 듣고 있던 노래가 있었는데 어느 날 들으려니 갑자기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CD로 사놓으면 분실만 안한다면 그럴 일이 없는 점이 좋은 것 아니겠는가. 일단 수집만 하면 평생 들을 수 있다는 점.
그게 아날로그로 소지하는 방식의 최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CD는 방금 말한 실용적인 측면도 있지만, 사실은 얻는 효용에 비해서 손해를 보는 게 여전히 많은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D는 굿즈, 감성의 영역이라고 생각한다.
이 바닥이 돈만 쫓는 바닥인가? 모름지기 동인이라면 돈도 좋지만
역시 자기가 좋아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향해 나아가는,
가슴이 시키는 것을 쫓는 게 이 씬을 이끌어 나가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비효율적이더라도 CD가 가지고 있는 낭만을 포기하긴 힘들 것 같다.
그래서 요새는 현실적인 이유로 DL카드나 USB로 음반을 판매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보이는데
지금 당장은 안되더라도 언젠가 그 분들도 CD 제작에 도전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CD라는 매체에는 감동이 있다. 그게 전부다.
'잡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믹싱? 마스터링? 뭐야 그게. (3) | 2024.11.05 |
---|---|
멋있는 음악과 듣고 싶은 음악은 다르다 (0) | 2024.10.29 |
화성학이 뭐길래. (0) | 2024.10.14 |
지극히 개인적인 나만의 생각 (0) | 2024.1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