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Plastic Heart (/w Abel)

palami 2024. 9. 26. 13:53

<Abel & Palami - Plastic Heart>

 

작업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어떤 것일까?
가장 흥행한 작품일수도 있고,
가장 의미있는 작품일수도 있지만,
역시 나한테는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 기억에 남는다.

군대에서 갓 상병을 달고 휴가를 나왔다.
그 안에서 얼마나 할 것이 없었는가, 머리속으로 엄청 작곡을 해왔었다.
그 중 하나 꼭 해보고 싶었던 아이디어가 하드킥을 저지클럽 리듬으로 배치시키고,

그 위에 귀엽고 퓨쳐퓨쳐한 리드를 배치시켜보자! 였어서 집에 도착하자마자 작업에 들어갔다.

그렇게 평소 서로의 WIP을 주고받던 아벨에게 16마디짜리 작업본을 던져봤더니

이 아이디어를 디벨롭시켜서 이번 BOF에 나가보자 제의를 받았다.

그게 지옥문일줄은 몰랐지...

 

 


그렇게 처음 작업을 시작했던 부분은 인트로+1드랍.
인트로는 먼저 내가 대충 쓴 전자음악에서 으레 보이는 평범한 인트로 음원을 줬더니

아벨의 제안으로 내 음원을 기반으로 오케스트라쪽으로 노선을 변경해보았다.

이러나 저러나 동음쪽에선 오케스트레이션으로는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준수한 퀄리티가 나왔다고 생각했다.


1드랍은 사실 원본 아이디어에서 바뀐 부분이 거의 없다.

저지리듬의 하드킥+퓨처 리드였으나 이 역시 아벨의 제안으로 퓨처 리드에서 스크리치로 바꾸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좋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1드랍의 하드킥은 지금은 잘 기억이 나진 않지만
서브베이스
하드킥 테일
하드킥 펀치(중역대 밴드패스)
하드킥 펀치(중저역 컷)
일렉트로닉 킥(중고역 컷)
의 레이어로 기억한다...어쩌다가 이렇게 레이어가 늘어났을까.

이후로는 레이어는 줄일 수 있다면 줄이는 방향으로 작곡하지만,

이때는 맥시멈! 빵빵하게! 주의였었다. 이는 후술하겠지만 재앙이 되어 돌아오는데...

 

 


다음으로 작업한 부분은 마지막 2드랍이었다.
곡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면 상상이 잘 안갈텐데,
무조건 곡의 흐름 순서대로 작곡하진 않는다.
이 부분이 플라스틱 하트의 킬링포인트임을 둘 다 직감을 하고, 가장 힘을 쏟은 부분이었다.

첫 16마디는 보컬에 힘을 실어주면서 현악기와 슈퍼쏘우가 뒷받침을 해주는 파트를 제시하고,
뒤 16마디는 메인리드에 힘을 실어주면서 기존 악기들에 더해 보컬챱을 더해 대비와 더 큰 에너지를 주도록 의도했다.

2드랍의 초안단계에선 베이스라인과 화성을 굉장히 간단하게 썼는데, 이게 아니야!!! 하면서 아벨이 갑자기 미디를 달라는것이다.
그리고 아벨에게서 되돌아온 베이스라인.
그저 wow. 동음레벨에서 보기 드문 멋진 화성 진행이 나왔다. 이건 정말 인정.
특히 Fm에서 B를 베이스로 넣는다? 보컬 라인이 C인 곳에서? 근데 왜 좋지? 화성학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추후 출품하고나서 BOF순회도는 버튜버분이 이를 알아채시고 좋은 평가를 남겨주셨는데, 솔직히 정말 놀랐다. 소름...

 

 


마지막으로 작업한 파트는 로파이+빌드업이었는데,
여기선 다른 것 보다 보컬을 주로 얘기하고 싶었다.
보컬은 스플라이스에서 구한 샘플인데, 원본은 단성부이다. 멜로디가 한겹이라는 뜻인데, 플라스틱 하트에선 성부가 두개이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걸까???

답은 "사람이 노가다를 뛰면 된다"이다...
보코더를 써서 화성을 뻥튀기할 수도 있었지만, 나는 신스의 질감이 섞이지 않은 깔끔한 보컬 두 겹을 원했었다.
그리고 여태까지는 FL Studio를 사용했지만, 이번에는 우연히도 기회가 생겨 Studio One을 쓰는 상태.
나는 스원에서 보컬을 만지는 방법을 아예 모른다!
결국, FL을 켜서 내장된 Newtone을 사용해 화성 파트를 만들어주었다...
그렇게 화성을 만들어 주고나서 한 옥타브를 낮춘게 로파이 구간에서 나오는 남성의 목소리같은 무언가.
로파이때는 사실 낮은 목소리만 등장시키려 했는데, 아벨의 의견으로 낮은 목소리가 한번 부르면 쉬는 구간에 높은 목소리가 받아치는 콜&리스폰스 구조를 사용했었다. 이 역시 굿 초이스.

보컬챱도 FL에서 높은 보컬 두 겹을 하나의 음원으로 합친 뒤에,

Slicex라는 음원을 잘라 재배치시키는 내장 플러그인의 도움을 받았다.
먼저 Slicex의 미디 패턴으로 보컬찹의 개요를 잡은 후, 음원을 직접 잘라 재배치 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플러그인 설정을 잘 만진다면 깔끔한 보컬찹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수작업으로 배치시키고 블리딩 처리 하는 게 더 편했었다.

 

그리고 2드랍 들어가기 직전 로봇 목소리 같은 보이스 프레이즈가 있는데,

이것도 원래는 생 목소리 샘플이었다.

킬로하르츠 에센셜의 플러그인을 8개정도? 욱여넣어서 로봇같은 보이스를 만들었다. 가히 연성술...

아마 주파수에 따라 변조 시키는 플러그인을 통해 F음에 맞췄던걸로 기억. 보코더나 레조네이터 같은건 쓰지 않았다.

 

 

 

이걸 휴가 나온 열흘만에 전부 만들다보니 정말 바쁜 나날이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작업에 착수해서 새벽 4시까지 작업하고, 이런 나날로 휴가를 전부 태웠었다.

특히, BMS라 하면 키음이 생명인데, 그러려면 멀티 트랙을 뽑아야 한다. 문제는, 트랙이 130개가 넘어간다는 점.

지옥의 트랙정리를 마치고 계산해보니 합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합쳤는데도 68트랙이 나왔다.

이거를 뽑는데 어느 플러그인은 적용이 안되고, 오토메이션이 안먹힌 채로 뽑히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역대 최다 트랙,

처음 해보는 멀티트랙 익스포트,

처음 써보는 DAW,

촉박한 기한,

 

환장의 4박자가 이루어져 사람이 미치는 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깔끔한 믹싱/마스터링을 받고, 너무 멋진 BGA도 붙고, 찰진 패턴도 제작되어서

첫 BOF 참가에 51등, GdbG참여라는 준수한 기록이 남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참 곡을 쓰면서 매번 느끼지만 정말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곡이 만들어 진다고 느낀다.

언제나 힘이 되어주시고 도와주시는 모든 분들 께 감사드립니다.

 

이런 글을 처음 써보기도 하고, 또 작업 스케일이 가장 컸던 글이기도 해서 분량 조절에 실패한 느낌이 드는데,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곡으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Music by Abel & Palami

Mix/Master by GUANA

Pattern by nanami

BGA by KimAutomne & D_Unknown

Remaster by Puru

 

- Plastic Hear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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