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lami - Earendel feat.neur6sia>
나는 아주 어렸을 적 부터 리듬게임에 흥미가 깊었다.
초등학생때는 엔젤 오투잼도 하고, 탭소닉도 하다가, 사이터스로 본격적인 리듬게이머가 되었다.
그리고 중학생 때 내 인생을 바꾸게 된 게임이 있는데, 영화관 오락실에서 시작한 펌프 잇 업이 그것이다.
펌프를 접했을 때 즈음부터 DAW를 통해 전자음악 작곡을 시작했었다.
멤메님의 차이니즈 레스토랑, 엠투유님의 네메시스 등을 들으면서 나도 저런 곡들을 써서 리듬게임에 곡이 수록되었으면~하고 생각을 매일매일 했었고, 검색을 통해 FL 스튜디오를 알게되어서 무언가 계속 써내려갔던 것 같다.
그러다 펌프에서 2017년, 작곡을 시작한 지 1년 즈음에 처음으로 공모전을 열게 되어서 이건 기회다! 하면서 곡을 냈지만 예상할 수 있듯이 바로 예선에서 광탈을 했었다...
그 뒤로 작곡은 조금 설렁설렁 하게 되었고, 학업에 집중하게 되면서 고등학교 3학년때는 아예 접었었다.
그리고 성인이 된 2020년, 마침 코로나 시기가 다가오며 다시 작곡에 열정을 붙여서 밤을 지새우며 작곡을 계속 했었다.
그러면서 실력이 그래도 늘었는지, 다른 리듬게임 공모전에서 당선도 되어보고, 여러가지 경험들을 쌓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2023년이 되고, 마침내 펌프에서 4번째 공모전을 내세웠다.
이제는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정말 간절하게 곡을 써내렸던 것 같았다.
그리고 곡을 제출하고 몇 주 뒤, 본선에 당선되었다는 메일이 왔었다.
본선에 진출한 것 만으로도 뛸 듯이 기뻤다. 적어도 고등학생때의 나보다 성장했다는 게 확실히 체감되는 순간이었으니까.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공모전이 본선에 진출했다는 건 대중들의 평가가 남아있다는 뜻이니까.
솔직히 두려웠다. 후술하겠지만 내 이야기를 담은 노래가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한다면 그건 정말로 슬플 것 같았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좌절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노래는 나한테 단순한 작업물 이상의 무언가였기 때문에.
그렇게 본선이 시작되고, 펌프 공식 유튜브 채널에 동영상이 올라갔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반응해주었다. 아무래도 다른 곡들은 분위기가 강하고 고레벨을 겨냥한 느낌이 강했기 때문일까,
댓글에는 감성적이다, 너무 좋다, 그런 반응들이 있었다. 좋아요 투표 순위도 계속 상위권을 유지한 것을 보고 아 이번에는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 달 정도 지나서 결과가 나왔다.
결과는 3등.
정말 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서 울었다.
드디어 꿈이 이뤄졌구나.
내가 이 게임을 사랑하고 거의 10년이 다 되어서 드디어 원하는 바를 이루었구나.
인생에 다시는 못 느낄 것 같은 행복감과 안도감, 보상받았다는 느낌이 한번에 덮쳐오면서 진짜 거진 10분을 울었던 거 같다.
아직 세상에 내놓고 싶은 것도 많고, 스스로 발전할 여지도 충분히 있기에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지만,
그래도 작곡을 시작하고 정말 삶에서 원하는 바 하나를 이뤘다는 게 의미있는 삶이 아닌가 싶었다.
생각보다 높은 등수에 다시 한번 놀라기도 했다.
사실 이 곡을 만들면서 그래도 나름 펌프를 오래 해 온 사람으로써 어떤 곡이 펌프에 적합할지를 계속 생각해왔던 것 같다.
이런 해피 하드코어의 하위 장르로 펌프의 아이덴티티라고 생각하는 달리기 곡이 있었을까? 싶었던 부분도 생각했고
이 곡으로 나올 법한 패턴, 해당 패턴으로 플레이어가 느낄 체력적 안배, 기승전결 등도 생각하면서 만들었는데
이런 의도가 노래로써 펌프 제작진에게 전달되었다면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 같다.
아까 말한 내 이야기를 담았다는 부분에서 가사의 내용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은게 있는데,
Cetus(큰고래자리)는 이루고 싶은 꿈을, Cetus안에 존재하는 Earendel은 280억 광년 떨어진, 현재 발견된 별 중 지구에서 가장 먼 별로 꿈에 다다르기까지의 거리를 비유한 대상이다.
내가 반 평생 가까이 원해왔지만 이루지 못했던, 어쩌면 평생 달성할 수 없을지도 모르는 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창작활동을 하면서 살아가며 노력하겠다는 다짐과 비슷한 가사였다.
도달할 수 있고 없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기꺼이 Earendel까지의 길을 달릴 뿐.
나의 경우에는 다행히도 원하는 바를 이루었지만서도. 그래도 목표를 이루었다고 끝은 아니기에
다음 목표까지 또 열심히 달려보는 중이다.
처음 작업하는 생 보컬인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다...
처음에는 4키 낮은 B장조였었다가 목소리 대역이 맞지 않아 Eb장조로 바꾸고,
그럼에도 제일 낮게 찍는 음이 낮아도 너무 낮아서 멜로디를 수정하고,
처음 받아보는 생 보컬 파일을 만지는 것도 낮설었고...
그래도 결과가 좋았으면 OK 아닐까?
그리고 사실 이 노래의 메인 보컬 멜로디, 17년도에 작곡한 옛날 프로젝트에서 따온 멜로디이다.
심지어 곡 제목도 The Tale Of a Whale, 바뀐 제목도 밤하늘과 별, 그리고 나의 노래.
사실 멜로디는 가져다 썼지만 이전 곡의 제목까지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이정도면 운명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혹시라도 작곡을 하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흑역사라고 예전 프로젝트를 덮어놓고 있지 마세요.
생각보다 쓸 만한 물건이 있을지도요?
정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보컬 의뢰를 흔쾌히 받아주신 뉴로시아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혼자서는 이 곡을 완성하지 못했을겁니다.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또 감사 드립니다.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Earendel에 다다르는 그 때 까지 화이팅입니다.
Music by Palami
Vocal by neur6sia
- Earendel -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친구는 누구인가 (1) | 2024.10.23 |
---|---|
Rule 1: We don't take ANY responsibility about overdosing magical word "OMG"! (0) | 2024.10.10 |
Strange Girl (0) | 2024.10.04 |
Plastic Heart (/w Abel) (0) | 2024.09.26 |